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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논설주간 박기동 | 기사입력 2023/08/02 [12:20]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논설주간 박기동 | 입력 : 2023/08/02 [12:20]

♥연꽃과 불교의 인연♥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

연꽃은 불교의 진리와 불성을 상징한다. 부처님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가르침을 전한 염화미소처럼, 불교는 마음과 마음으로 2700년의 세월을 마음으로 이어왔다. 불교신문 자료 사진

삼독에 물들지 않는 청정

부처님 탄생 설화도 등장

광배 범종에도 연꽃 장식

연꽃의 덕 ‘향, 결, 청, 정’

 

처렴상정(處染常淨)

연꽃을 상징하는 사자성어이다.

더러운 곳에 있어도 항상 깨끗하다는 의미이다.

탐진치 삼독에 물든 중생들이

사는 사바세계에서도 깨달음의 향기를 잃지

않는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가르침을 전한

염화미소(拈華微笑)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진리’를 나타낸다.

연꽃은 곧 불교이다.

어머니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고카마싯다르타가 사방으로 일곱걸음을

떼어 놓을 때마다,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불교의 시작이 그렇게 연꽃과 함께 했다.

아기 부처님과 연꽃의 인연은 후대인들이

각종 벽화나 불화에 연꽃을 그려 넣으며 이어졌다.

지금도 사찰 벽화나 불화 등에는

아기 부처님이나 동자들이 연꽃 위에 앉아 있거나,

뛰어 노는 모습을 표현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파주 보광사 대웅보전의 연화화생도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수십 송이의 연꽃 마다 불보살과 동자가 앉아 있는

그림으로, 불교와 연꽃의 깊은 인연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불상을 봉안하는 좌대를 연화대(蓮花臺)라고 하며,

불상 뒤 대부분의 광배도 연화화생(蓮華化生)으로 표현하고 있다.

부처님에게 귀의해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면

서방정토에 왕생할 때 연꽃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이 연화화생이다.

즉 광배를 연화화생으로 표현하고 연화대에 불상을 모시는

것은 곧 불교에 귀의해 수행정진하겠다는 원력의 표시이다.

<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에는 연꽃의 덕을 네 가지로 설명한다.

향(香, 향기), 결(潔,고결), 청(淸, 맑음), 정(淨, 깨끗함)이 그것이다.

비록 중생이 사는 세간이 무명과 탐욕으로 얼룩져 있지만,

진리를 상징하는 연꽃은 청정하고 깨끗하여 맑은 향기를 전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까닭에 부처님이나 불교 관련 성보를

모시는 자리를 연꽃으로 장엄하고 있는 것이다.

출가하여 수행하는 스님들이 착용하는 가사를

연화의(蓮華衣), 연화복(蓮華服)이라고 하는 것도

연꽃이 세간에 물들지 않고 청정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연꽃은 불교 발생지인 인도 대륙에서 오래전부터 귀하게 여겼다.

상서로움을 지닌 것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거룩한 부처님과 그 가르침을 연꽃에 비유했다.

이런 풍습은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로 이어졌다.

불교의 전통을 지닌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연꽃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연꽃을 불교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진흙에 뿌리 내리고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러운 곳에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한송이 꽃을 피운다.

둘째는 진리를 상징한다.

연꽃은 꽃잎이 필 때 씨방도 함께 여문다.

즉 꽃이 자랄 때 꽃잎과 씨방이 같이 자란다.

인과를 상징하고, 과거 현재 미래

삼세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는 불성(佛性)에 있다.

꽃을 활짝 피운 연꽃은 씨앗이 떨어져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는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인연이 되면 다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서 불교의 상징이 된 연꽃의 역사는 매우 길다.

고구려 시대 벽화고분으로 북한 국보

제28호인 ‘안악3호분’에도 연꽃이 등장한다.

황해도 안악군 용순면 유순리에 위치한 안학3호분의

연꽃을 통해 고구려 소수림왕 시대, 즉 4세기 중엽

이전에 불교가 전래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불교와 연꽃의 인연은 대표적인 대승경전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줄여서 <법화경>이라 불리는 <묘법연화경>의 연화가 곧 연꽃이다.

부처님 진리를 담은 경전 이름에 연꽃을 넣은 상징성은 매우 크다.

진흙에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중생의 무명을 걷어내고,

불법(佛法)을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양도 연꽃이다.

앞서 언급한 연화대 외에도 불단, 천장, 문살, 탑, 부도, 기와

등에 장식된 연꽃 문양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지옥 중생에게 진리를 전하는 의미를

담은 범종(梵鐘)에도 연꽃이 등장한다.

종 치는 부분인 당좌(撞座)도 연꽃 문양을 하고 있다.

동국역경원에서 발간한 <불교성전>에는 연꽃이 지닌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

“세속에서 물러나 청정한 행을 닦는 수행자는

마음에서 멀리 떨어진 곳[寂靜處]을 즐겨 찾는다.

그가 생존의 영역 속에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에게 어울리는 일이다.

성인은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또 슬픔도 인색함도 그를 더럽히지 못한다.

이를테면, 연꽃잎에 물방울이 묻지 않듯이,

성인은 보고 배우고 사색한 어떤 것에도 더럽혀지지 않는다.”



경전에 나오는 연꽃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여래 몸의 털 구멍마다 빛이

나와 빛줄기 하나하나 끝에 연꽃이 있고,

그 연꽃마다 화불이 있어,

이를 둘러싼 대중들에게 설법을 한다.

<관무량수경>

정토에 나서 그 연태(蓮胎, 연꽃)에

들어가 모든 쾌락을 얻는다. <연종보감>

연꽃의 연하고 깨끗함으로써 신력(神力)을

나타내어 그 위에 앉는 것은 꽃이 상하지 않게 하고자 함이다.

또 묘법(妙法)의 자리를 장엄하게 하는 까닭이다.

다른 꽃은 모두 작고 연꽃같이 향기가 깨끗하고 큰 것이 없기 때문이다.

… 부처님이 앉은 꽃은 이보다 크기가 백천만배 이다.

또 이같은 연화대는 깨끗하고 향기가 있어 앉을 만하다. <대지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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